정성태 [칼럼]

공수처법 독소조항과 더욱 심각한 개정안 문제점/정성태

시와 칼럼 2020. 12. 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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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당위는 차고 넘친다. 국민적 의식 고취와 함께 어느 순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 됐다. 검찰 스스로 그 배경을 만들어 왔던 것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이를테면 간첩조작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피해자와 가해자 둔갑, 인권 침해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쥔 무소불위의 칼자루로 그들만의 위태로운 성곽을 쌓았다.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 바로 그로부터 검찰조직 전체가 음습한 기운으로 뒤덮였다. 이를 끝장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행히 윤석열 총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검찰이 상당 부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제도개혁 등을 통한 근본적 견제 및 감시 기능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또 어떤 몰골로 타락할지 모른다는 깊은 우려도 숨길 수 없다. 향후 검찰총장이 교체됐을 때 능히 예견되는 일이기에 그렇다. 따라서 법을 다스리는 인적 중요성과 함께 제도개혁은 더더욱 중요한 덕목이 된다.

바로 그런 요인 때문에 공수처 필요성이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비단 검찰 때문만은 아닐 듯싶다. 사법부 판사들의 일탈을 겨냥한 측면도 크다. 또한 대통령,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또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차원에서 이들 권력층의 일탈과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하다.

공수처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도 80%를 훌쩍 웃돌았다. 그러한 국민적 성원을 등에 업고 지난 20대 국회 막바지 무렵 관련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본회의 상정 직전, 더불어민주당이 기습적으로 추가한 공수처법 제24조의 독소조항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공수처법에 검찰 수사에 대한 이첩요청권, 인지사건 통보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공수처가 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결국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독점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현재 검찰 권력보다 훨씬 막강한, 그러면서도 달리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으로 군림하게 되는 셈이다.

그간 검찰 내부의 일탈도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데서 그 결정적 연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공수처가 자신들에 대한 어떠한 견제 또는 감시 장치도 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틀어쥔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됐다. 그에따른 예측 가능한 공수처의 일탈은 또 어떻게 단죄할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다. 따라서 공수처의 이첩요청권, 인지사건 통보의무 등과 같은 독소조항은 반드시 삭제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공수처와 검찰이 상호 견제하는 가운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방향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독점적 권한 분산과 함께 공수처와 검찰의 경쟁 구도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검찰 힘빼기 통한 절대반지의 공수처가 되고 말았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공수처장 및 공수처 검사 그리고 수사관 등도 특정 정파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대거 채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공수처가 자칫 거악으로 작동될 개연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뜻한다. 자기 진영의 죄는 덮고, 상대 진영의 죄는 표적 수사하는 등 정치적 악용 소지가 다분하다. 아울러 일선 판사 및 검사 등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수사 및 공판을 집권세력의 뜻에 따라 어지럽힐 개연성도 농후하다. 사안의 심각성은 거기서만 그치 않는다. 21대 국회에서 다수를 점한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야당의 비토권마저 없애고 말았다. 이는 공수처가 청와대 하명에 따라 수사권 및 기소권을 편파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괴물이 되고 만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성이다.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한 취지가 바로 거기 있다. 이를테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흔들림없이 수사하고 또 기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인 셈이다. 이와함께 검찰개혁의 또 다른 요체는, 그간 검찰 일각에 의해 자행된 권한남용, 인권침해 등을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다. 가령 외부 인사들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감찰위원회 또는 징계위원회 등을 통해 검찰의 비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안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금융범죄 및 경제사범, 국제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막강해진 경찰의 탈법적 권한행사 및 비위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및 사법적 통제 강화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전문성은 크게 약화시키면서, 그간 문제가 되어 왔던 검찰의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을 공수처에 그대로 부여하고 말았다. 사실상 지금의 검찰 권한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지닌 권력기관이 되는 셈이다. 더욱이 집권세력 의중과 편익에 따라 공수처 인력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은, 어용 사정기관으로 전락될 소지가 매우 높다. 그런 행태를 일삼으면서, 그것을 마치 검찰개혁인 듯 호도하고 있는 현실 앞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찰개혁은 대국민 기만극에 다름 아닌 것으로 읽히고 있다. 공수처를 통해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대지 않는 또 다른 검찰조직을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기에 그렇다. 자신들의 부패를 무마하기 위한 하나의 유효한 탈출구를 구축한 것으로 비춰지기에 결코 과하지 않다. 집권세력 스스로가 부패해 있으니, 거기 온전한 검찰개혁은 실종된 채 구호만 요란하게 떠돈다. 그리고 이제 더욱 강력해진 괴물 탄생을 목전에 두게 됐다. 검찰을 개혁할 도덕적 권위가 바닥을 치는 타락한 정치권력의 독선에 의한 공수처일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일이다. 무시무시한 유신독재도 총성과 함께 그 막을 내렸다. 공수처가 정권 비위 세탁소 혹은 정권 보위처로 전락될 위험성이 매우 높게 상존하고 있음이 불을 보듯 훤한 상황이다. 아울러 공수처를 통한 사법독재 요소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다. 그런데 만일 그러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때, 과연 이를 묵과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그 또한 두려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역린을 건드린 권력이 무사한 예는 역대 정권 이래 전무했음을 유념할 수 있어야 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