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박근혜 탄핵, 낡은 질서 갈아엎고 새로운 희망 열어야/정성태

시와 칼럼 2016. 11. 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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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박근혜 탄핵 국면에 들어 갔다. 국민 80% 가량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만일 이러한 여론을 거역할 경우 그로인한 역풍은 오히려 국회를 덮칠 것이다. 따라서 탄핵 가결은 낙관적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 즉시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 정지 상태에 빠진다. 그나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정에서 손떼게 하는 것이, 대내외적 국가 위상에 상처가 덜될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만 물러가면 세상이 좋아질 수 있을까? 다수 국민이 더는 피눈물 흘리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시절이 될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매우 회의적이다. 아니 절망적이다. 단언컨데 현행 시스템으로는 만 년 하청일 수밖에 없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만 집중돼서는 그 어떤 인사라 할지라도 퇴락할 수밖에 없다.

 

권력을 국민 앞으로 하방시켜야 한다. 세상이 변화되기를 열망하는 광장과 거리의 분노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중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성된 현 상황을 스스로 살려내지 못하면 또 다른 배신으로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 끝난지 불과 1년 남짓 되는 시점에서 또 다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절로 터져 나올 것이 자명하다.

 

역대 대통령 모두 예외가 아닐 듯싶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임기말 지지율이 대통령 당선 때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6~14%에서 널뛰기했다. 그럴 때마다 투표했던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마음에서 잘려나간 손가락을 몽땅 한강에 띄우면 첩첩 쌓여 강물이 흐르지 못할 지경일 것이다. 그런데 또 그런 어리석음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는 경우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은 늘 피눈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선전 선동에 현혹돼 자신이 누려야 할 주권재민의 소중한 가치를 헐값에 팔아 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스스로의 몫을 정치권에 의탁하거나 또는 저당 잡힐수록, 거기 정치인과 기득권의 견고한 카르텔에 의한 탐욕만 부추기게 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언제까지 낡은 질서에 갇혀 미래를 팔아먹을 셈인가? 우리 자녀 세대까지 죽지 못해 사는 아수라를 안겨 줄 것인가? 이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주체적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그것을 위한 혁명적 전환기 앞에 놓여 있다. 낡은 체제를 갈아엎고, 그래서 국가 권력을 보다 넓고 깊게 국민 앞으로 귀속시켜야 한다.

 

그런데 만일 이를 거부하는 정치세력 또는 특정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사이비다. 다수 국민의 적이며 철저한 기득권의 수호자일 뿐이다. 광장의 촛불과 함성을 정치인만의 과실로 돌리게 될 때, 거기에 또 다른 비극이 잉태되는 것임을 깨우질 수 있어야 한다. 혁명적 시스템 교체를 통해 국가 권력을 주권자 앞으로 하방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국가 권력을 자신의 삶 앞에 바짝 무릎 꿇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이 의미를 갖는다. 이를 위한 방안을 적극 찾아 나서야 한다. 박근혜 이후 우리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살게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자신에게 맡겨진 진주를 결코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아니될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