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권은희 과장 사직서를 통해 본 퇴행적 한국 정치판/정성태

시와 칼럼 2014. 6. 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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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 과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초동 수사 과정에서, 경찰 상부에 의한 수사 축소 및 은폐 지시가 있었음을 밝힌 데 따른 괘씸죄로 인해 승진에서도 누락된 바 있다. 그간 그녀가 겪었을 저간의 심적 고통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능히 가늠할 듯 싶다.

공직 사회에서 의인이 자기 자리를 빼앗긴 채 사라지는 시대는 분명히 불운하다. 독재가 창궐하며 사법적 기능이 공의로서 마땅히 작동되지 않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숨길 수 없는 민낯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집단 속에서 진실을 향한 개인의 몸부림은 의연하다 못해 차라리 처연하다. 

망연자실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종일 매국과 독재를 숭상하며 그들을 미화하기 급급한 역적도당이 활개를 치는 현실 앞에 그저 무기력증을 앓아야만 하는 참담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야만과 광기가 득세하는 역사의 굴절이며 심각한 퇴행이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실로 크다.

이 시점에서 거듭 제 1야당인 새민련의 무사안일과 보신적 행태에 대해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일반은 억울해서 못 살겠다고 연신 촛불을 들고 광장과 거리에 나서는데, 도대체 거대 야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통 의아스럽기만 하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이 바닷속에서 집단 학살을 당했는데도 사실상 뒷전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며 풍찬노숙을 두려워해서는 국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정치적 반사 이득도 제대로 획득할 수 없을 뿐더러, 거기 국민의 삶 또한 성장 성숙될 수 없기는 매양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정부 여당과 함께 공히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될 수 있음을 마음자락에 새길 수 있어야 할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