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공식화했다. 자진 사퇴를 압박하던 차원을 넘어, 이제는 국회 다수 의석을 동원한 물리력을 통해 사법부 수장을 강제로 끌어내리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공세를 넘어,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핵심 축을 흔들고,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을 해체하려는 매우 위태로운 행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6월 4일부터 임기가 시작됐다. 국민에 의해 한시적으로 위임된 것임을 감안할 때, 그 권력 행사에는 반드시 법치주의와 헌법 정신에 대한 철저한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위를 훼손하며, 입법부 다수 의석에 기대어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공공연히 꺼내들며 강행하려 하고 있다.
우선 탄핵 명분부터 궁색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을 직무상 문제로 규정하거나, 통상적인 격려금과 업무추진비 집행을 법률 위반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법적 근거가 박약하다. 내란 가담 의혹 또한 이미 특검에서 무혐의 처분된 사안이다. 결국 법원을 정권의 입맛에 길들이고, 시녀로 삼겠다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대목이다.
헌법은 대법관 제청과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절차를 통해 각 국가기관의 권한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통령 임명권을 명확히 부정하지도 않은 조 대법원장에 대해, 마치 잘못된 것인 양 탄핵을 밀어붙이려 한다. 이는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권력 남용이며, 대법원장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정치적 획책일 뿐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 등 권력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법원을 정권의 통제 아래 두려 했던 국가들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하고 정치적 불안이 심화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법치주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정권의 포획물로 전락했을 때, 그 국가가 어떻게 권위주의적 퇴행의 늪에 빠지고 국제적 신뢰를 잃게 되었는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법치주의 훼손은 민주주의의 후퇴와 극심한 정치적 불안을 초래하고, 자칫 권위주의적 통치로 회귀하는 길을 열 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높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권은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 당시 논란이 됐던 사법부 장악 시도를 연상케 하는 대법관 증원과 대법원장 탄핵이라는 퇴행적 권위주의 길을 답습하려는 행태를 노골화한다.
민주당이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검찰 수사를 조작이라 주장하며 특검법을 또다시 추진하는 것 역시, 그 타당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려는 수단으로 사법부를 흔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민생과 국가 안보, 경제 위기에 집중해야 할 집권 세력이 국론 분열과 패권 다툼에 몰두해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민주당은 그들 스스로를 선출된 권력이라 부르며, 국회 다수 의석을 마치 '헌법 위에 군림해도 좋다’는 면허증처럼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그 권력이 법의 고유 영역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다. 아울러 공정한 사법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행태로서, 그 자체로 국민에 대한 배신인 것이다.
하지만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정국 주도권 강화를 위해 사법부를 능멸하는 칼날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을 향하게 마련이다. 국민이 법정에서 기대하는 공정성의 가치가 사라질 때, 과연 그 국가는 무엇을 근거로 지탱될 수 있겠는지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법치의 근간을 허무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심장을 찌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누가 권력을 더 많이 가졌는지가 아니다. 그 권력으로 무엇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김민석 대표를 위시한 민주당은 자신들의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고자 대한민국이 쌓아온 헌정 가치를 허물어뜨린 헌정 파괴범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 또한 그것을 용인할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다. 이를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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