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대장동 사태와 반사회성 인격장애

시와 칼럼 2021. 10. 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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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충격적이고 끔찍한 범죄가 발생할 때, 인구 사이에서 흔히 거론되는 용어가 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관한 것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뜻하는데,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사회적 규범에 대한 각성수준 및 행동억제가 지극히 비정상적인 양상을 띈다. 자신의 이득에 따라 타인의 권리를 함부로 무시하고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양심의 가책도 없다. 공동체를 얼룩지게 하고 파멸로 이끄는 무서운 흉기다.

이 가운데 사이코패스 유형은, 흉악하고 파렴치한 죄를 짓고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행동 또한 잘 제어하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와 공감능력이 없기 때문에, 흉포한 범죄를 태연하게 저지른다. 이를테면 자신의 어떤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의 개념 자체가 없다. 다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고통에 대해서는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로인한 충동적인 공격성도 강해서, 대인관계도 원할하지 못하다.

그런반면 소시오패스 유형은, 범죄 행태 등에 있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지를 하게 된다. 스스로 잘못된 것임을 익히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범행을 자행한다. 아무런 자각 없이 죄를 짓는 사이코패스 유형과는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하다. 정치 권력자 가운데도 소시오패스 유형이 존재한다. 그가 지닌 힘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문제의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닌 사람은 외형상 사교적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양상을 보인다. 감정 조절에도 능숙할 뿐만 아니라, 지능 면에서도 평균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타인을 철저히 속이고 이용하는 것에 탁월하다. 자신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문제가 불거지면, 이를 남탓으로 돌리거나 또는 덮어씌운다. 임기응변에 강해, 자신의 죄를 오히려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러다 상황이 악화되면 거짓으로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척하며 동정심을 유발한다.

개인적 관계에서는 상종하지 않으면 될 수 있다. 그러나 조직과 연계된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특별히 권력자 가운데 그러한 사람이 있게 되면 국가적 위기로 직결된다. 표면적으로는 합당한 정치적 문법을 통해 국민을 현혹하고 유인한다. 그러나 내용은 깡통으로 귀착된다. 그 골짜기엔 민중의 고단한 삶과 피눈물을 유린한 패악한 망령이 배회한다. 자신의 범법이 드러나는 와중에도, 온갖 현란한 거짓말과 둘러대기로 지금의 위기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국민 일반의 상처와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환산하기 어렵다.

대장동 게이트가 연일 뜨겁게 전국민을 달구고 있다.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사건이 알려진 이후, 특검 통한 진실규명 여론이 60%를 상회한 바 있다. 최근에는 찬성 73%로 반대 21%를 압도한다. 서울 및 경기ㆍ인천에서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진보층도 57%가 찬성한다.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여론조차 찬성 62%로 반대 29%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화천대유 및 천하동인을 둘러싼 뭉칫돈 복마전에 대한 뒤늦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성남시청과 '그분'에 대한 압수수색은 고사하고 아예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작 부동산 떳다방 업자격인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및 남욱 변호사 인터뷰 내용만 속삭인다. 그리고 그들 윗선으로 여겨지는 유동규, 김만배 소환조사에 머물고 있다. 그러니 국민적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분노지수 또한 그에 비례해 수직 상승한다. 그것이 여론조사를 통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는 검찰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과 함께 꼬리자르기에 대한 강한 경계심리 발동으로 읽히고 있다.

현재 국민 일반이 알고 싶어하는 진실은 명확한 듯싶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장동 한 곳에서만 자그마치 1조원 넘게 추산되는 뭉칫돈이 특정 소수의 사람에게 흘러갈 수 있도록 기획 설계하고 또 그것을 최종 승인했느냐는 점이다. 이는 토지 수용 및 각종 인허가 과정,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규정 삭제, 임대주택 축소 등이다. 그리고 돈의 최종 귀착지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는 강제 사항이 아닌 까닭에 차치하겠다.

무엇보다 검찰에 당부하고 싶다. 성남시 대장동을 비롯해, 그간 경기도 일원에서 발생한 초대형 토건비리 의혹이 숱하게 쏟아진 가운데 있다. 이는 보혁, 여야 등 진영과 이념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 일반의 보편적 가치를 철저히 망가뜨린 경악스러운 범죄일 뿐이다. 오직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로부터 국가의 올바른 방향성과 함께 정치권 전반에 대한 커다란 조종이 될 수 있겠기에 그렇다. 자칫 검찰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특검을 부르는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뿐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