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칼럼 2024. 7. 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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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


묻지 마십시오
기억할만한 것이 없으니
또한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별은 어느 순간에도
가슴 메이는 것을,
문득 일어서는 이승의 뒤안길에서
꽃잎은 애달게 흩어져 내리고
또 길을 떠난 철새의 일단을 보았습니다.

탁하게 들이킨 담배 연기가
내 약한 위장을 침범할 때 다짐했던,
돌이켜보면 사뭇 처절한 결단의 때가 있었건만
여전히 흡연의 폐해는 위통을 동반하고
나는 또 이별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니 더는 묻지 마십시오.
벌써 문 앞에 다다른 그림자 하나,
나는 여태껏 그것을 꿈이라 이름합니다.


詩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