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선 열차가 육중한 몸을 가느다란 철로에 의탁해 서남단 끝자락을 향해 달린다. 그 종착역에 당도하면 어디선가 삼학도 파도소리가 귓전에 들릴 것만 같은 목포역이다. 노령산맥 맨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 땅끝에는 유달산이 자리한다. 멜라콩 박길수(1928~1994), 해방 무렵부터 1960년대 사이 목포에 거주했던 시민이라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왜소한 체구에 선천적 중증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비록 가난했으나, 그럼에도 그에 굴하지 않고 위대한 삶을 살다간 거인이다. 목포 괴짜 명물로 통하는 인물이기도 하다.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2살 때 온 가족과 함께 목포로 이주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부친은 목포역 앞에서 과일 노점상을 했다. 이때 소년 박길수 삶은 역전 대합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