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보며/정성태 낙엽을 보며 찬바람 끝에 나뭇잎 하나, 사각거리며 길을 나섭니다. 거기 운명 지어진 무수한 질서와 법칙이 있습니다. 사랑도 헤어짐도 그 또한 정한 이치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시련도 거대함 속의 내밀한 사연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끝내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 정성태 [신 작] 2012.09.17
회상/정성태 회상 사랑은 먼 날의 꿈, 가슴을 헤집으며 쓰러지던 어둡고 시린 날의 기억. 켜켜이 쌓여 흐른 언저리 어느 자락 쯤 아직 여리게도 남아 추억을 세우고 묵은 그림자를 부르며 흔들리는 노래 한 소절.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9.13
지상에서의 하룻밤/정성태 지상에서의 하룻밤 너였으면 좋겠어. 내게 주어지는 지상에서의 하룻밤이 존재한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생의 전부를 녹여 거기 죽음을 놓아도 기꺼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내게 주어지는 지상에서의 하룻밤이.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9.09
가을/정성태 가을 청춘을 살라 불을 밝히는 가을, 그 단풍진 숲으로 가자. 타다가 또 타다가 너와 함께 한 몸으로 타다가 저 발칙한 알몸도 잊은 채 거기 온 몸으로 불살라 오르는 햇살보다 더 뜨거운 호흡으로 달빛보다 더 은밀한 눈빛으로 타고 또 타오르는 가을, 그 단풍진 숲으로 가자.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9.08
약속인 듯/정성태 약속인 듯 날이 밝으면 가리, 내 사랑도 저물던 거리 발자국 소리 낮게 찾아와 한밤을 거칠게 불사르던 그 천 년의 호흡도 그 숨 막히던 기억도 기필코 잊히고야 말리, 약속인 듯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9.02
길을 묻는 그대에게/정성태 길을 묻는 그대에게 그대, 외로워 말라 삶은 누구에게나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 비탄의 강물과 목 타는 사막을 건너야 하는 외로운 여정이기도 하다. 그대, 슬퍼하지도 말라 피할 길 없는 삶의 동통이 그대 의식을 아득히 멀게 하고 그대 시야마저 칠흑으로 가릴지라도 그것은 그.. 정성태 [신 작] 2012.08.19
별이 떨어져/정성태 별이 떨어져 별이 떨어져 그리움 앓는 이의 젖은 눈가에 떨어져 감출 길 없이 먹먹한 시공 가운데 턱턱 호흡은 멎고 별이 떨어져 그리움 앓는 이의 심장을 헤집어 돌며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8.15
곶감과 그리움/정성태 곶감과 그리움 꼬마 아이에게 호랑이보다 무서운 건 곶감이다. 호랑이의 존재를 깨닫기까지 꼬마 아이에게 곶감은 절대적이다. 중년 사내에게 고독보다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 고독한 실존을 이해하기까지 중년 사내에게 그리움은 신앙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8.13
사랑을 말하다/정성태 사랑을 말하다 사랑이 한낱 한 시절 불리다 잊혀지는 얄팍한 노랫가락에 불과하다면 그 아니 슬픈 일이겠는가. 목이 마르다, 그것이 설혹 돌이킬 수 없는 생의 치명적 독배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기꺼이 네게 헌신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아니 기쁜 일이겠는가. 사랑은 눈 머는 일, 그만큼.. 정성태 [신 작] 2012.08.08
기도/정성태 기도 오늘도 내 마음의 기도와 내 눈가를 적시는 별빛과 그리고 저 지존하신 하늘과 또 땅의 기운을 휘감아 도는 그 모든 우리의 소원과 간구가 끝내 아름다우리라는 것을 그 깨달음의 깊이가 날로 날로 현존하신 이의 믿음의 깊음에 맞닿아 있음을 그것이 지금 우리 몫으로 주어진 가장 .. 정성태 [신 작] 2012.08.07
갈증/정성태 갈증 가파르다, 뿌리 밑둥으로부터 네게로 이르는 길. 부석거리며 위태돕게 흔들리다 지쳐 잠이 드는 목젖이 타고 심장이 터지는 가뭄 깊은 나날.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8.04
바람에 띄우는 편지/정성태 바람에 띄우는 편지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별빛이 말문을 엽니다. 교교하게 적시는 달빛은 강물로 흐릅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꿈이 있고 그 숱한 얘기가 여전히 쌓이는 한 우리네 삶의 모습도 무변하게 푸르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8.02
젖은 기도/정성태 젖은 기도 한 생에서 내게 가장 눈물 나게 하는 내 너를 위해 기도하노니 맑은 햇살을 닮아 눈부신 기억이 되고 청명한 숲을 닮아 생명의 기운이 되는 오늘도 여전히 가장 온전한 마음으로 깊은 무릎을 꿇고 있을 너의 상해 있는 몸과 피곤에 겨를 마음자락에 내 너의 안부를 물으며 젖은 .. 정성태 [신 작] 2012.07.30
사랑의 사회학/정성태 사랑의 사회학 내 사랑은 거칠게 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끈적거리는 땀에 젖어 온다. 거기 순혈을 쏟으며 절규하는 노동의 춘궁과 가난한 시간 속에 내몰린 막장의 현장으로부터 온다. 온갖 언어의 연금술로 익숙하게 속이는 저기, 저 계집들을 조롱하며, 거기 내 사랑은 투박하게 온.. 정성태 [신 작] 2012.07.19
너를 생각하면/정성태 너를 생각하면 너를 생각하면 캄캄히 생각이 멎는다 무심하게 지나는 신작로의 숱한 차들과 거기 낯모를 얼굴들 가만 가만 돌이킬수록 아주 먼 날을 갈피없이 흘러 온 듯한 너를 생각하면 그리 생각이 산발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