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에 쓰는 시/정성태 신년에 쓰는 시 믿음 있는 것들 위에 그 믿음이 더하게 하시며 사랑 있는 것들 위에 그 사랑이 더하게 하소서. 소망 가운데 살아 그 소망을 이루게 하시며 귀한 것과 참된 것을 깨달아 아는 지혜를 주소서. 서로가 서로를 긍휼히 여기게 하시며 서로가 서로에게 양선의 마음을 갖게 하소서.. 정성태 [신 작] 2012.12.31
사랑의 서약/정성태 사랑의 서약 내 젖은 기도와 그 눈물의 깊이만큼 그래요, 나날이 생의 전 영역에 거쳐 생의 모두를 걸고 오직 사랑의 나눔과 잔잔한 평화를 구하며 언제나 거기 머물게요. 그럴게요, 어느 때 어느 순간을 살지라도 그대의 안부를 살피며 신이 이승에 허락한 그 최후의 순간까지 한결같은 .. 정성태 [신 작] 2012.11.30
가난한 순례자/정성태 가난한 순례자 밤이 내리는 언덕에 나무 한 그루, 지난한 세월의 강을 안고 거기 그림자로 섰습니다. 남루한 삶의 자락, 거칠고 위태롭게 건너던 패인 발자국 언저리마다 가득한 회한이 겹칩니다. 순례의 기슭 굽어 돌며 질기게 깃든 헝클어진 마음도 끝내 내려놓고 느릿한 기도 몇 소절 .. 정성태 [신 작] 2012.11.25
사랑의 병리학/정성태 사랑의 병리학 참으로 지랄인 게야, 아프지 않다면 그게 어디 사랑이겠어? 그래서 지랄인 게야. 처방전도 달리 없는 오직 하나의 손길, 그 숨결에 의해서만 오롯이 치유되는. 사랑의 속성이 그래, 달리 무엇으로도 대체되지 않는 마음자락, 그래서 지랄인 게야.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11.20
소명/정성태 소명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산골 어느 자락에 몸 풀어 흰 고무신 깨끗이 닦아 신으며 삼가 발길을 아끼겠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마음자락 맑게 자족하며 사랑하는 이와 더불어 믿음으로 깊어 가겠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하늘에 맞닿은 숙명으로부터 거기 가장 여.. 정성태 [신 작] 2012.11.18
사랑을 위한 시/정성태 사랑을 위한 시 나는 아직 행복한 사람입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이 가득하고 여전히 하늘은 지존하기만 합니다. 여기 깊디 깊은 그리움과 그 언제일지 모르는 기다림 속에서도 스스로를 기꺼이 여기며 거듭 운명의 울타리에 가둘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인연의 견.. 정성태 [신 작] 2012.11.12
그들에게/정성태 그들에게 불쾌하게 표류하며 쏟아지는 숱한 언어의 조합. 마찰을 치장해 꾸역꾸역, 거대한 저것들이 토해내는 호객행위. 거기 저당된 애궂은 백성의 명찰, 파르르 흔들리며 거룩한 이름이 떤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11.11
달을 보며/정성태 달을 보며 둥근 달이 하도 예뻐 그 달을 보며 울었네. 손 내밀면 닿을 것만 같아 그 달을 보며 기도했네. 내 눈물이 얼마나 더해야만 내 기도가 얼마나 더 간절해야만 내가 저 달이 되고 또 저 달이 내가 될까. 달을 보며 하염없이 울었네. 달을 보며 흐느껴 기도했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11.06
형벌/정성태 형벌 두렵도록 푸른 하늘과 내 기도의 깊이는 비례하는가? 청명한 대지에 내걸린 풍요로움 이면의 적요가 바람을 탄다. 온갖 가을 색을 풀어 놓은들 내 이승의 간절함에 비견하랴. 종착을 알 수 없이 떠도는 고통스런 기억이 너울 쳐 너를 부른다. 그리움은 거대한 형벌로 서고 꼭꼭 내장.. 정성태 [신 작] 2012.11.02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정성태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 생애 어느 한 자락, 타다가 사그라지는 불꽃으로 왔다 갈지라도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 숨 막히게 보고 싶다는 단 하나의 거룩한 열망과 숱한 불면의 날을 지날지라도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 이제는 달리 무엇으로도 너와 대변될 수 없는 시간과 그 깊고 잔혹.. 정성태 [신 작] 2012.10.09
낙엽/정성태 낙엽 너도 타거라, 붉게 흘리며 거기 허공 사이로 영혼을 휘도는 바람의 전갈. 시원으로부터 어디 영원한 것이 있더냐. 타다가, 또 타다가 고독한 눈물로 타다가 호곡 소리 이내 처연히 저무는 계절만큼 저기 저 흔들리는 붉은 자국이 차라리 아름답다. 멸렬하는 기억, 거기 쓰러지는 길섶.. 정성태 [신 작] 2012.09.29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정성태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그대만을 위해 쓰게 될 마지막 말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한다는 쇄락한 말보다 보고 싶다는 진부한 말보다 더 애절하게 빛나는 그 어떤 말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꼭꼭 숨어버린 듯한 그래서 가슴만 활화산으로 타오르는, 때로는 야수의 눈길로 펄럭이며 심연 .. 정성태 [신 작] 2012.09.22
지는 꽃/정성태 지는 꽃 다음 생을 향해 남 몰래 길을 준비하는 꽃의 눈물을 보았네. 한 시절 더불어 누군가의 가락이 되고 누군가의 사랑이 되었던 저 꽃 지는 길 따라 나도 가야만 하고 너 또한 가야 하는 것이리니 다음 생을 향해 나는 오늘 낮은 자세로 참회의 기도를 올리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1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