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 작] 351

예수님 전상서(前上書)

예수님 전상서(前上書) 저들이 성전이라 이름하는 곳, 실상 맘몬이 숭배되는 현장에 나란히 나란히 쭈그리고 앉아 거기 고개 푹 숙이고서 주술 외는 자들을 보았습니다. 그 건물 첨탑에 우뚝 선 불빛, 예수의 피와 살이 짓뭉개진 거룩한 고난과 생명의 징표가 오히려 삿되게 희롱 당하며 굶주린 자의 호곡이 되나이다. 주인이 설 곳 몰라 쫒겨난 자리, 진리가 빛을 잃고 쓰러진 성소, 더는 그 곳에 머리 조아리며 마귀의 종이 되기를 종용 받는 배도의 잔만은 치워야겠습니다. 하여, 기필코 원수의 장막을 찢으며 저들을 멸하고 또 멸해도 시원찮을 저주의 기도를 올리겠나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2.12.25 (8)

성탄절에 쓰는 시

성탄절에 쓰는 시 마구간 말구유 낮고 헐벗은 모습으로 아기 예수께서 오셨도다. 부풀대로 부푼 오만한 자의 거리에 불야성을 이룬 끝모를 성애의 밤하늘로 스스로의 살을 떼고 스스로의 피를 바쳐 온갖 죄악을 사하시려 왕의 왕께서 오셨도다. 어느 날 밤 꿈 아직 처녀이던 마리아에게 성삼위 권능이 임하니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 예수를 수태하게 되리라" 천사 가브리엘이 전하여 준 그 약속을 순결히 지킨 여인의 복된 탯줄을 따라 예정된 인자께서 오셨도다. 온갖 잡귀가 활보하는 거짓과 탐욕의 한복판에 스스로 속제물이 되시고자 번제물 어린 양 구원의 주께서 오셨도다.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자 처음이요 마지막이 되신 어린 양 예수께서 오셨도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2.12.23 (4)

성탄절 아기 예수

성탄절 아기 예수 오셨도다, 지존하신 아기 예수! 죽음으로서 다시 사는 크고도 내밀한 비밀을 알리고자 하늘보좌 빛나는 영광 내려두고 낮은 자, 목수의 아들이 되어 투박한 흙의 모습으로 오셨도다. 하늘에는 별이 빛을 더하고 허다한 천군 천사 찬송하며 가로되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라" 어둠의 권세와 피묻은 질서로부터 가난하고 종된 자에게 자유를 선포하는 왕의 왕되신 절대 권능으로 오셨도다. 송축하라, 거룩하신 이께! 우리가 져야 할 고통을 대신하러 우리가 받아야 할 형벌을 대신하러 찢기고 못 박혀 죽임을 당하시리니 그에게 의탁하고 소망하는 자에게는 친히 번죄물이 되어 주심이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2.12.17 (2)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 삶이 건조하지 않을 정도로 뭇 간극과 간극 사이 간소하게 조탁될 수만 있다면 하여, 바람을 걷게 하고 촘촘한 햇살과 비를 아우르는 대지로 살 수만 있다면 거기 큰 바위를 놓고 시내 졸졸거리는 숲길 그것들과 호흡할 수만 있다면 꽃은 피고 질 테고 새는 제 곡조를 다하는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며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2.12.17 (6)

패자의 노래

패자의 노래 때가 되면 가리, 바다가 보이는 산에 들어 끝내 놓아 두지 못했던 욕망의 습한 기운도 버리고 거기, 되돌릴 수 없는 피붙이를 향한 죄스러움도 내내 속죄함으로 끈끈한 인연의 빚을 갚으며 일체 무욕으로 가리. 바다가 보이는 그 곳 산자락, 더없이 태평한 심사로 터를 놓고 그저 맑게 세월을 낚다 한세월 비켜 갈 수 있으면 좋으리.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2.12.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