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 작] 354

꽃이 피기까지는

꽃이 피기까지는 꽃이 아름답다 하나 어디 절로 피는 꽃이 있던가? 사랑이 깊다 하나 어디 절로 맺는 사랑이 있던가? 길고 긴 혼돈의 터널과 모진 풍상을 견디고서야 비로소 꽃은 꽃으로 아름답고 사랑은 사랑으로 숭고한 것. 수신 없는 전화기를 붙든 채 때로 숨 막히고 기약 없어 마음에 빗방울이 스밀지라도 그대, 결코 미움을 심지 말라. 삶도 그렇거니와 사랑 또한 처절한 상처 뒤에서야 빛나는, 본디 그것들은 위태로운 공중의 줄타기와 같으니 다만 그대 안의 사랑과 그 사랑이 주는 믿음만을 의탁하라.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2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