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한 것에 대해 무량한 것에 대해 아직 다하지 못한 그리움이 남아 있습니다. 끝내 고백하지 못한 마지막 말도 묻어납니다. 연거푸 흐른 속절없는 성상 앞에서 생각의 무게는 여전히 무량하기만 합니다. 그 끝모를 침잠 속으로 하루 밤낮이 억겁의 치장을 한 채 어디론가 밀려나고 있습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01:33:02 (3)
꽃을 마주하며 꽃을 마주하며 신의 예정된 질서 가운데 올 것은 기필코 오고야 만다. 꽃들이 현란하게 피기까지 그것을 미리 볼 줄 알았던 어느 결고운 손길을 택했을까? 스스로의 심상에 꽃이 있거늘 슬프다고 어찌 슬퍼할 일인가?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29 (6)
봄길 나서며 봄길 나서며 새순이 돋는다는데, 이른 꽃도 피었다는데, 그 봄길 따라 떠날 채비를 다지는 묵은 그림자. 질긴 인연의 원근과, 그만한 사랑의 굴레 모두 훈풍 이는 꽃길에 묻으며 이제 그만 길을 재촉하는 핏빛 그리움이 섧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27 (14)
꽃이 피기까지는 꽃이 피기까지는 꽃이 아름답다 하나 어디 절로 피는 꽃이 있던가? 사랑이 깊다 하나 어디 절로 맺는 사랑이 있던가? 길고 긴 혼돈의 터널과 모진 풍상을 견디고서야 비로소 꽃은 꽃으로 아름답고 사랑은 사랑으로 숭고한 것. 수신 없는 전화기를 붙든 채 때로 숨 막히고 기약 없어 마음에 빗방울이 스밀지라도 그대, 결코 미움을 심지 말라. 삶도 그렇거니와 사랑 또한 처절한 상처 뒤에서야 빛나는, 본디 그것들은 위태로운 공중의 줄타기와 같으니 다만 그대 안의 사랑과 그 사랑이 주는 믿음만을 의탁하라.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26 (8)
만산에 꽃이 지면 만산에 꽃이 지면 만산에 꽃이 지면 그대를 잊겠습니다. 잊는다하여 잊힐까만 그래도 잊어야 한다면 저 만산에 흩뿌리는 꽃잎으로 가겠습니다. 時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23 (14)
마음의 봄 마음의 봄 여전히 당도하지 않는 마음의 봄. 저기 막 꽃잎 띄우는 앳된 속살도 종언을 고해야 할 시대의 난간 위에서 파르르 몸을 떨며 순백한 눈물을 머금는... 時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20 (12)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가네, 골고다 언덕 그 극형의 길. 채찍 당하고 찔리며 사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하러 가네. 비아 돌로로사. 비아 돌로로사. 순전한 양 한 마리, 대속의 푯대를 지고 피에 젖은 길을 오르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16 (6)
봄마중 봄마중 긴 혹한을 물리치고 이내 꽃비가 내리더라. 어쩌면 떠나간 이의 향기로운 소식일 줄도 모를 이제 그 먼길 돌아온 가녀린 꽃잎의 사연 품으러 봄마중 나가야 하는데 살포시 입맞춤 나눠야 하는데 時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14 (8)
그리움 위에 쓴다 그리움 위에 쓴다 달이 뜨는데 그대, 무심결에 돋아나는 질긴 그리움의 너울. 거기 무너지는 속내, 헝클어진 파장 사이로 또 연거푸 별이 뜨는데 저 하늘 위 어디, 혹은 여느 골목 모퉁이, 나는 가슴만 쥐어뜯는데... 時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12 (6)
죽음 이면을 지목하며 죽음 이면을 지목하며 당신들의 낮은 깜깜하고 밤은 더없이 호화롭게 찬란하다. 거기 유배된 혹은 감금된 우리는 기력을 잃은 채 겨우 연명하는 의식을 치루며 오지 않을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생을 놓는 순간에야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만 같은 그 빗장의 유일한 통로가 죽음 이면을 지목하며 손짓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08 (10)
삶을 흔적하다 삶을 흔적하다 돌이킬수록 삶은 숱하게 점철된 오류 투성이. 굴곡진 고비마다 슬프고 아린 기억들. 긴 터널을 훑고 지나간 고쳐 쓸 수 없는 시간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3.04 (10)
겨울나무를 보라 겨울나무를 보라 남루한 형체로 그러나 꿋꿋이 삭풍을 견디고 있는 겨울나무를 보라. 근원으로부터 속살 사이 헤집으며 가지 끝을 관통하는 내밀한 수관의 언어. 거기 낮은 몸짓으로 기어이 봄은 오리니, 나이테 하나 더 너른 가슴이 되리니. 고난이 깊을수록 유익이 되는 미학, 모든 두려움을 떨치고 저 겨울나무로 서라.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2.24 (2)
뿌리가 내는 소리 뿌리가 내는 소리 근원으로부터 거역할 수 없는 탯줄로부터 나를 부르는 소리 온 세포 깊숙이 뼈 마디마디 휘돌아 영혼을 깨우고 우짖게 하는 소리 조국의 소리 피붙이의 소리 뿌리가 내는 소리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2.20 (11)
은혜 은혜 돌아보면 죄업이고 돌아보면 은혜였다. 보이지 않는 손길 그 내밀한 돌보심 이제야 깨닫게 하시니 그 또한 벅찬 은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2.18 (4)
불의 노래 불의 노래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스산한 바람이 왕래한다. 거기 그리운 이름 지축을 뒤흔드며 밀려드는 기억의 편린들 심장에 불꽃을 지피며 여전한 언어로 쏟아지는 저 찬란한 슬픔 詩 정성태 정성태 [신 작] 2023.02.1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