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이 머무는 창가에서/정성태 애증이 머무는 창가에서 돌아선 당신도 그렇지만 미워한 나도 그렇습니다. 그 때 우리는 아득히 눈 먼 채 서로가 서로에게 충만한 미움이었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그대의 욕망과 그에 대한 나의 연민 역시 어떻게 성숙되어야 하는 지 다들 마땅한 방법을 몰랐습니다. 삽시간에 쏟아지는 .. 정성태 [시 집] 2012.10.29
서울의 그림자/정성태 서울의 그림자 새벽 공기가 무섭다는 것을 느꼈을 때 생각했다, 한강 교각 아래 어둠 또는 서울역 어디쯤에 반쯤 얼어 있을 초우량 시대의 부랑한 철인들을. 이승을 피할 방도를 아직 찾지 못해 온 몸으로 삶을 강해하는 부은 그림자마다 그러나 도시의 비정한 마법은 여전히 계율인 양 .. 정성태 [시 집] 2012.10.22
슬픈 자의 눈으로/정성태 슬픈 자의 눈으로 슬픈 자의 눈으로 빈 터에 버려진 신문을 본다. 겸손할 수 없는 자들과 그것들이 뿜어내는 활자의 배열 마구잡이로 꿈틀대며 낯익게 행간 속을 지배한다. 제왕의 빛나는 이름과 숱하게 내장된 비밀 내역서 거기 시시각각 엮어내는 고도로 발달된 철창 사이로 세상은 절.. 정성태 [시 집] 2012.10.15
사랑을 꿈꾸는 그대에게/정성태 사랑을 꿈꾸는 그대에게 그대가 사랑을 꿈꿀 때 그대 삶은 보다 단순하고 그대 생각은 조촐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대 사랑의 현란함과 사랑의 열락만을 갈망한다면 그때는 그대 차라리 저잣거리를 이리저리 떠도는 그 아무렇지도 않은 영혼을 찾는 게 옳으리. 그대가 사랑을 할 때.. 정성태 [시 집] 2012.10.12
슬픔에 길을 물어/정성태 슬픔에 길을 물어 해가 타도록 슬프다. 시월의 저문 하늘 아래 내가 쓰는 사랑과 그 닿지 않는 그리움으로 어느 꿈 자락이던가? 이제는 주술이 되어버린 질긴 그림자를 끌어안고 홀로 간난의 시어를 찾는 거기 내 안의 불꽃과 고단한 헌신의 경계여! 온 몸으로 날을 새는 소스라치는 고독.. 정성태 [시 집] 2012.10.06
사랑은 어디서 오는가/정성태 사랑은 어디서 오는가 사랑은 어디서 오는가 꽃이 버린 계절 끝, 쌓이는 낙엽 소리와 함께. 아아, 그 절망의 개울을 눈물로 눈물로 건너며 향기도 다시 꽃이 피리란 기대도 무너진 그때야 비로소 사랑은 온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12.10.03
가을 소묘/정성태 가을 소묘 색 바랜 외투를 걸치고 나는 간다, 저 무형의 세월로 하찮은 바람에도 하릴없이 떠밀리는 지금 막 이별을 끝낸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울고 있다 공원 벤치 위 끝내 사라지지 않는 그 애달고 오래된 추억 속에서......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12.09.24
가을 심상/정성태 가을 심상 나의 기도는 가을 낙엽보다 쓸쓸하다. 사랑하는 벗 하나 끝내 바람결에 묻히고, 발길 끊긴 잔가지 끝엔 마른 눈물 몇 방울. 이내 타는 듯 낙하하며 쏟아내는 찬란한 슬픔. 인연의 종착점을 지난 그 마지막 햇살의 그리움.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12.09.15
미리 쓰는 유서/정성태 미리 쓰는 유서 당신 무릎에 내 머리 눕힌 채 한결같이 당신만을 사랑했노라는 내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을 미리 전하노니 사랑하는 이여, 어느 훗날 당신과 내 사이를 가르는 신의 내밀한 부름을 받게 될 때 그리하여 설혹 내가 정신을 놓고 잠자 듯 그대에게서 멀어지게 될지라도 다만 .. 정성태 [시 집] 2012.09.04
흐린 하늘을 보며/정성태 흐린 하늘을 보며 굵은 빗줄기 오다가다 날은 짓궂게 어둡고 내게는 까닭 있는 아픔 몇 가닥 어느 순간, 너와 내가 버렸을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먼 기억 속의 푸르고 따뜻한 꿈 여기 한낮을 흐리게 감춘 먹구름 속에 깊게 파묻고 너와 나 무표정하게 서 있다 살아 갈수록 그 무엇.. 정성태 [시 집] 2012.09.03
사랑은/정성태 사랑은 사랑은 솜털 위에 쌓이는 아침 햇살 그 가슴에 물들어가는 안온의 속삭임. 한정없는 그리움과 숨막히는 열망의 골짝을 지나 그 두렵고 무거운 시간과 끝없는 상심의 파고를 지나 그때야 비로소 번지는 부드럽고 내밀한 언어. 속삭이며 꽃들은 피었다 지고 지친 영혼을 위로하리니.. 정성태 [시 집] 2012.08.30
풍경 2/정성태 풍경 2 하늘 끝자락 저 멀리 풀을 뜯는 양떼구름 석양을 누린다 공간 아래엔 산이 있고 들이 있고 또 무엇이 있다 천지가 어울린 그곳엔 시가 있다 도란 도란 평화를 읊조린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12.08.27
풍경 1 풍경 1 이 보드라운 대지 위에 물은 저리도 맑게 흐르고 초목은 또 얼마나 푸르더냐 따사로운 인식의 햇살 아래 상큼한 초록 내음은 코 끝에서 가슴으로 스미고 닿을 수 없이 높은 하늘엔 한가로이 뭉게 구름이 떠간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12.08.26
이쯤에서 내 사랑도 깊게 울어야 한다/정성태 이쯤에서 내 사랑도 깊게 울어야 한다 이쯤에서 내 사랑도 깊게 울어야 한다. 돌아보는 건 차마 가늠할 수 없는 기나 긴 애증의 그림자뿐인 것을 더는 무어라 그 모진 삭풍을 견디어 낼 수 있으랴. 이제야 비로소 사랑도 속된 것임을 그리고 저 깨달음의 죄업을 어찌하랴만 저무는 것은 저.. 정성태 [시 집]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