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또 다른 종언을 고하며 내 생의 또 다른 종언을 고하며 축축한 거리 달도 없이 술은 오르고 내 생의 또 다른 종언을 고하듯 저리도 높은 곳에 홀로 그러나 하염없이 걸터앉아 붉디붉은 빛을 토하는 지금 내 피곤한 영혼도 언젠가는 저 고독한 구원을 향해 가리니 시간은 예외 없이 공정하고 나 또한 유한한 삶을 살다 갈 것이거늘... 달도 없이 취하는 밤 축축하게 마음마저 젖어든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22.12.18
꿈을 꾸다가/정성태 [꿈을 꾸다가] 꼼짝없이 그대를 온전하게 사랑하겠습니다. 내 비장한 맹세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나날의 삶 가운데서 따뜻하게 드러내겠습니다.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그 짓누르는 중압감 앞에 일면 두려운 생각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회피를 택하는 나약한 자의 고뇌 따위로 내게 다가서는 행운을 억누르며 살지는 않겠습니다. 그러한 간절한 열망 앞에 세상 그 누구도 죄를 물을 수는 없습니다. 거듭 맹세하거니와 세상 끝자락까지 그대를 오롯이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22.01.31
심안의 창문 사이로/정성태 심안의 창문 사이로 심안의 창문 사이로 교회 간판이 몇 개 보이고 한창 물이 오른 등나무 가지들에선 계절이 하늘로 더 푸른 기세로 두려운 기색도 없이 콘크리트 절벽을 넘어 서고 사람들은 화사한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를 달고선 제 모양대로 어디론가 서둘러 길을 가는 안목의 저 쪽.. 정성태 [시 집] 2015.06.05
눈 내리는 거리에서/정성태 눈 내리는 거리에서 가슴 시린 사람들 머리 위로 혹은 꽉 움추려든 어깨 위로 눈 내리는 신작로가 길다. 해 짧은 날의 간극만큼 이승의 인연도 그러했으면 좋으련만 모질게도 질긴 것이 명줄이라고 어쩌면 저기 눈 쌓인 신작로만 같다. 푹푹 빠지는 발길 날은 춥고 걸음은 지친데...... 詩 .. 정성태 [시 집] 2014.12.22
네게 날개를 주리니/정성태 네게 날개를 주리니 네게 날개를 주리니 그대 잘 있으라. 내가 받은 묵계의 황홀함도 그 기억의 질량도 여전히 유예하다만 이제 그대 곁 떠나는 길 발자국 소리 서둘러 슬픔을 멎게 하고 그 청명한 이슬도 거두어 내리니 그대 지금 평안하시라. 나 살아 끈적이는 입술 있어 행여 분별없이 .. 정성태 [시 집] 2014.12.17
산책길에 떠도는 단상/정성태 산책길에 떠도는 단상 돌아서는 길에 피차 그 무슨 서운함을 토로하겠는가. 우리가 꿈꿨던 인연의 기억들 훗날 불쑥불쑥 꺼내 볼 일 생기거든 그리하여 마음 자락 어느 언저리라도 아직 여리던 날의 꽃잎 같이 남아 서로에게 양식일 수 있으면 족할 뿐인 것을 이제 우리가 비록 손 흔든다.. 정성태 [시 집] 2013.11.22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정성태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움 가득 묻은, 그러나 너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내게 얼마나 두려운 기쁨인지 모를 일이다. 굳이 꾹꾹 눌러 쓰지 않아도 뿌리째 솟구치는 언어 사이로 몇 번이고 별이 뜨고 또 사그라지는 그래서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달픈 깨달음이거나 혹은 깨어나지 못.. 정성태 [시 집] 2013.10.24
숲으로 가리/정성태 숲으로 가리 숲으로 가리 밤은 한없이 깊고 영웅의 신화마저 잠든 지금 다들 사람이 새기는 칼바람 질펀한 회색 공포로부터 숲으로 가리 나무들 제 키대로 허물이 되지 않는 곳 모든 풀꽃에게도 거룩한 이름 전하며 도란도란 단물나는 얘기 마땅히 내 유년의 꿈이 익어가는 숲으로 가리 .. 정성태 [시 집] 2013.10.01
산을 보며/정성태 산을 보며 한결 같은 마음으로 나도 저 산이었으면 좋겠다. 생성의 거친 열정을 다스려 이제는 함묵으로 성상을 기를 줄 아는 그리하여 꿈틀대는 배암의 몸뚱이 또는 야수의 날카로운 발톱마저 품에 안는 저 인고의 장대한 비밀과도 같이.......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13.09.05
시원으로 가리라/정성태 시원으로 가리라 어디로 갈까 내 아직 깨끗한 바람을 안고 사람들의 마을엔 여전히 뭇매가 횡행하고 집합의 대립으로부터 개인의 존엄이 방치된 시방 이 살벌하고 무모한 믿음으로부터 혹은 아비규환으로부터 기어이 자유로운 시원으로 가리라 거기 묻어둔 노래 하나쯤 떠올리면서, 불.. 정성태 [시 집] 2013.08.21
비록 헤어져 있으나/정성태 비록 헤어져 있으나 비록 헤어져 있으나 나, 그대를 잊지 못하네 잠에서 깨어나 아침으로부터 꿈속을 사는 온 밤내 이르기까지 사무치는 그리움, 그 슬픔 빈 메아리만 애달피 단절의 궤적을 울음 우는 나, 그대 언저리 타는 듯 뜨거운 시간을 서성이네 내 하루의 가난한 양식과도 같이. 詩.. 정성태 [시 집] 2013.08.02
이별 이후/정성태 이별 이후 나, 내리는 빗줄기라면 좋아 떠돌다 지쳐 끝 간 데 모르는 바람이거나 구름이어도 좋아 먼발치 돌아가는 사람아 그대 어깨 위 가지런한 머릿결 따라 서툴게 나누던 첫 키스의 달콤함 그 부드러움의 기억 사이로 지금은 도리 없이 놀이 지고 또 무수한 안개가 밀려드는 나, 나대.. 정성태 [시 집] 2013.07.28
비와 그리움/정성태 비와 그리움 추적거리며 젖어드는 밤에 내리는 비는 그 소리까지도 쓸쓸하다 뒤척이며 잠 못 이룬 채 차곡차곡 깊어가는 그리움도 꼭 흐르는 빗줄기만 같아 언제쯤 이 비 그치고 두런두런 결 고운 숨결 거기 깊고 감미로운 노래가 될까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집] 2013.06.10
별은 왜 또 뜨는지/정성태 별은 왜 또 뜨는지 별들이 눈을 밝히는 시각, 지상의 꽃잎 사이로 용암이 흐른다. 내밀한 호흡 소리, 사랑하는 것들이 나누는 거친 체감의 터널을 뚫고 내게는 홀로 뜨는 별빛의 처연함. 꽃잎 진자리, 분별없이 별은 왜 또 뜨고 여전히 지울 길 모른 채 나는 어쩌자고 잠 못 이루는지...... .. 정성태 [시 집] 2013.05.16
문명의 몰락/정성태 최근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처참한 주검을 맞이한 시리아 어린이들 문명의 몰락 무수한 폭음이 사막의 밤을 찢는다. 제국의 섬광이 몰려드는 열렬한 죽음의 입맞춤, 그 거대한 불덩이에 갇힌 메소포타미아의 유구한 역사가 일그러진다. 누가 버렸을까? 문명에 대한 목마른 기억을... 정성태 [시 집]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