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미숙한 사람이 일을 망치는 경우를 뜻한다. 독사를 잘못 잡으면 그 독사가 손가락을 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집권세력 일각에서 제기된 이념논란이 자충수가 되고 있는 듯싶다. 어쩌면 보수 결집을 노린 의도였을 수 있다. 하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보수 내부마저 갈라치는 형국이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국민 일반의 대체적 정서와도 괴리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자칫 윤석열 정권 자체를 치명적 위기 국면으로 빠뜨릴 수 있는 소지마저 다분하다. 대통령실 참모진을 따갑게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세력 메시지는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도리어 겁박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듯싶어 안타깝다. '공산 전체주의', '반국가세력' 등 실로 살벌하게 여겨진다.
이게 지속되면 내년 총선에서 매우 불리한 국면일 수 있다. 대통령실 참모진과 일부 각료의 외눈박이 시각과 설화가 끼치는 민심 이반 조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집권 세력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념논쟁이 아니다. 물론 실정법을 위반한 경우가 있다면 처벌해야 할 일이다. 그와함께 지금 시급한 것은 공정 기반 조성, 사회 안전망 강화, 경제와 민생에 집중할 때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한 여론조사가 9월1일 발표된 바 있다. 뉴스토마토에 의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5.9%가 반대했다. 반면 찬성은 22.1%에 불과했다. 이것이 대체적 민심인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반대 65.1%, 찬성 24.0%였다. 60대 이상 연령층도 반대 58.8%, 찬성 25.0%로 나타났다. 이미 역사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음을 뜻한다.
한국갤럽이 9월 5~7일 실시한 총선 결과 기대 조사에서도 이상 징후를 읽을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보수성향 응답자 비율이 무려 26%로, 반 년 전에 비해 높아진 상태다.
이는 보수 유권자 4명 중 1명이 내년 총선에서 역선택하거나 또는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보수층 비율이 늘어난다는 점은 심각하다.
결국 식민지적 역사관과 낡은 이념논란이 보수층 분열을 부르고 있음을 방증한다. 민주당의 부도덕성에 실망한 유권층을 흡수하기는 커녕, 도리어 보수마저 등떠미는 형국이 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실 참모진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필히 요구되고 있다. 국정을 살피고 돌보려는 자세보다는, 자기 안위와 영달을 꾀하는 이들로는 윤 정부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게 전망되는 까닭이다.
당초 윤 대통령 집권과 함께 피아 구분짓지 않는 권력형 비위척결에 무게 중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또한 이념 추구보다는 실용적 국정운영이 될 것으로 예견되기도 했다.
그런데 취임한지 어느 시점부터 무게추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쏠렸다. 급기야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의문을 제기하는 60% 안팎의 국민을 향해 거친 언사마저 쏟아지고 있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서툰 이념적 공간에 흑묘백묘가 자리해야 한다. 국정기조 선회없이는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의 급속한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우려 또한 깊다.
무릇 정치의 본령은 국가가 부강하고 안전하며, 국민이 등따숩고 배부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테다. 이것이 국정 이념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방향성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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