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윤석열-문재인, 오세훈-박원순... 민주당, 지금 누구를 비난하나?

시와 칼럼 2022. 8.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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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이나 유물을 통해 나타난 세계 최초의 정량화된 과학적 강우측정은 조선시대 때다. 1441년(세종 23년)에 측우기를 발명하고, 이를 각 지방에 배포하여 강수량을 측정하도록 했다. 한반도의 근대적 기상 관측은 인천항과 원산항의 세관 구내에 기상관측기기가 설치된 1884년 일이다. 이후 1904년에 부산 · 목포 · 인천· 용암포 · 원산 등 5곳에 임시기상관측소를 설치했다.

여름 무더위가 막바지로 접어들 즈음, 서울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연이어 쏟아졌다. 그야말로 하늘 천장에 초대형 구멍이 뚫린 것만 같았다. 무슨 물폭탄이 시시각각 쉴새없이 터지는 듯했다.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이 성인 가슴팍 높이까지 물에 잠겼다. 기상관측 이래 처음 겪는 물난리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책회의를 연달아 주재하는 가운데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국민 피해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취임 100여일 남짓된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에는 지나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국정 전반에 대한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애통한 마음자락을 읽을 수 있어 족하게 여긴다.

그런가하면 사망자 발생 소식에 무거운 심정으로 애태웠을 다수 국민의 생채기도 깊다. 맨홀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 반지하에 세들어 살던 모녀를 비롯한 친척이 방안에 갇힌 채 차오르는 물길에 의해 숨졌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재산상 피해도 컸으며, 일부 지하철 역사가 침수되는 등 그로인한 출퇴근 시민들 불편도 상당했다. 이는 기실 민주당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해도 결코 실언이 아닐 듯싶다. 왜 그럴까?

지난 오세훈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11년, 강남을 포함한 상습 침수지역 7곳을 지정해 지하 대형 배수관인 '대심도 빗물터널' 확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해 10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양천구 신월동에만 터널을 짓는 것으로 계획이 대폭 수정됐다. 그간 상습 침수지역에 해당되던 양천구가 이번 폭우 와중에도 피해를 입지 않은 결정적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좌절된 빗물터널 계획을 다시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과거에 준비했다가 서울시 행정권이 바뀌면서 추진 못했던 침수조, 배수조와 물을 잡아주는 지하 터널 등과 같은 부분에 대해 논의해서 집중 호우라든지 또는 이상현상으로 인한 재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에 관한 것이다.

오세훈 시장도 즉각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집중 호우로부터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힘을 합쳐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며 "향후 10년간 1조5천억 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그와함께 "국정과제 등으로 추진 중인 인공지능 홍수 예보, 디지털 트윈, 도심 침수 및 하천 범람 지도 등 스마트 기술을 이용한 물 재해 예보 대응체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또한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국가 하천, 지방 하천, 본류와 지류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물길에 대한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서 국민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시민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재난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했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배수관이 낙엽 및 비닐 등으로 막혀 도로에 물이 계속 차오르자 맨손으로 쓰레기를 건져내 도로 수위를 낮춘 경우다. 또한 고립된 여성 운전자를 헤엄쳐 구해낸 경우도 있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름없는 영웅인 셈이다.

차제에 주기적인 배수로 정화도 요구된다. 아울러 빗물에 휩쓸린 쓰레기가 도로에 설치된 배수구 철망에 엉겨붙는 문제도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또한 피해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폭우 때에는 이를 실시간으로 제거할 수 있는 인적 시스템 구축도 긴요하다. 쏟아붓는 빗물이 제때에 배수구로 유입되지 못한 까닭에 피해가 더 컸던 측면도 간과할 수 없으리라 여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주도 휴가를 마친 8일을 기해 자신의 SNS에 사진 17장을 대거 방출했다. 제주에서의 여행을 담은 것들이다. 심지어 바닷가에서 즐거워하는 장면도 게시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 상당수가 고립과 공포 가운데 떨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처신인지 심각하게 묻고 싶을 지점이다.

연일 윤석열 대통령 물어뜯기에 혈안이 된 채 여론선동만 일삼는 민주당 또한 볼썽사납기는 매양 다르지 않다. 초대형 화재 사건이 발생해 숱한 목숨이 꺼져갈 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어긋난 언행이 오버랩되는 것은 불민한 기우에서 기인하는 때문일까? 자기 앞의 거울과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난 앞에서는 여야와 정파를 떠나 국민적 총의를 모을 수 있도록 살펴야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도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