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역사학자 전우용 씨 궤변에 대해/정성태

시와 칼럼 2020. 7. 16. 06:36
728x90
박원순 시장 죽음에 나타난 전우용 씨 궤변 유감

세간에 익히 알려져 있는 역사학자 전우용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괴이한 주장을 남겼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 죽음과 관련해 "그가 두 여성(아내와 딸)에게 가볍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 압니다"라며 첫 문장을 적고 있다. 박 시장의 남은 가족에 대한 염려인 듯싶다. 그러나 거기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사죄는 전혀 없다.

그러면서 "그가 한 여성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모릅니다"라는 식으로 오히려 피해자를 책망하는 듯한 내용을 잇고 있다. 이는 박 시장에 의해 지난 4년여 동안 자행된 일탈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환하고 있는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왜곡하며, 그것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다.

그와함께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그러진 자기 고백이다. 이는 특정인의 신분 여하에 따라 여성을 함부로 취해도 된다는 심리가 다분히 깔려 있다. 그래서 묻거니와, 세상 모든 여성이 고관대작 품에 안기기를 열망하고 있다는 뜻인가?

사회적 계급을 구획하고, 거기서 약자는 언제든지 능욕당할 수 있다는 오류까지 범하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전근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왕조시대 때 임금이 궁녀에게 성은을 베풀었다는 인식과 무엇이 다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 사회 뿐만 아니라, 취업 전선에 진출한 여성을 마치 상급 남성의 성적 노리개 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서 매우 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하면 "이순신도 관노와 잠자리" 식으로 박 시장을 옹호하는 네티즌도 있다. 공직에 있는 여성을 왕정시대 관노에 빗대고 있다. 그들 자신의 내면에 깃든 노예근성을 토설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실로 부끄럽고 민망해서 낯을 들기 어려울 지경이다. 참으로 천박하고 간특한 여론 호도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그에따른 합당한 보상은 멸실된 채 거기 온갖 형태의 2차 혹은 3차 가해와 함께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치전도만 난무한다. 한때 사회적 지탄 대상으로 지목됐던 일베의 퇴락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목도하는 참담함이 엄습한다. 부디 이런 면모가 문재인 정권을 위시한 민주당 그리고 그 지지층의 평균 지성과 도덕성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