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그대만을 위해 쓰게 될
마지막 말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한다는 쇄락한 말보다
보고 싶다는 진부한 말보다
더 애절하게 빛나는
그 어떤 말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꼭꼭 숨어버린 듯한
그래서 가슴만 활화산으로 타오르는,
때로는 야수의 눈길로 펄럭이며
심연 끝 뿌리로부터 솟구치는 듯한
나는 지금 그 마지막 말을
그대를 향해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해 타는 산등성 노을빛에서도
출렁이며 유혹하는 밤바다에서도
내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숱한 아름다움의 전 영역에서도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대에게 건넬
마지막 말을 갈구하는 중입니다.
일상적이나 한결같기를 바라는
그런 잔잔한 사랑을 꿈꾸다가도
그대의 침묵 앞에 마주서게 되면
저 원시로부터 태동된 숱한 불덩이들이
내 깊음에서부터 난무하며 휩쓸려 갑니다.
그대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대만을 위해 예비해 둔
아주 특별한 고백이 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나는 오늘도 끝내 그대에게
사랑한다는 혹은 보고 싶다는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대에게 또 미안할 뿐입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정성태 (0) | 2012.10.09 |
---|---|
낙엽/정성태 (0) | 2012.09.29 |
지는 꽃/정성태 (0) | 2012.09.20 |
낙엽을 보며/정성태 (0) | 2012.09.17 |
회상/정성태 (0) | 2012.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