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작]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정성태

시와 칼럼 2012. 9. 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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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그대만을 위해 쓰게 될

마지막 말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한다는 쇄락한 말보다

보고 싶다는 진부한 말보다

더 애절하게 빛나는

그 어떤 말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꼭꼭 숨어버린 듯한

그래서 가슴만 활화산으로 타오르는,

때로는 야수의 눈길로 펄럭이며

심연 끝 뿌리로부터 솟구치는 듯한

나는 지금 그 마지막 말을

그대를 향해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해 타는 산등성 노을빛에서도

출렁이며 유혹하는 밤바다에서도

내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숱한 아름다움의 전 영역에서도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대에게 건넬

마지막 말을 갈구하는 중입니다.


일상적이나 한결같기를 바라는

그런 잔잔한 사랑을 꿈꾸다가도

그대의 침묵 앞에 마주서게 되면

저 원시로부터 태동된 숱한 불덩이들이

내 깊음에서부터 난무하며 휩쓸려 갑니다.


그대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대만을 위해 예비해 둔

아주 특별한 고백이 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나는 오늘도 끝내 그대에게

사랑한다는 혹은 보고 싶다는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대에게 또 미안할 뿐입니다.


 

詩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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