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시집]

자화상/정성태

시와 칼럼 2012. 8. 21. 02:48
728x90

 

자화상 

 



내게 푸르기만 하던 소년의 때,

기름진 대지와 나지막한 산이 있었네.

언제라도 인심 좋은 마을 사람들 집에선

아침과 저녁이 되면 굴뚝 위로 연기가 올랐네.

자비로우나 엄하기도 했던 병든 아버지와

새끼손가락 같은 동생들도 함께 있었네.


거기 앵두와 무화과가 익어가고

담장 따라 주렁주렁 감이 매달리던 곳.

이제 집 모양과 사람들은 바뀌었어도

여전히 선하던 유년의 꿈은 그대로 남아

오늘 나의 역사와 함께 새삼 꿈을 꾼다네.

저 굴곡진 청춘의 때와도 화해한다네.


설혹 맑스의 피가 아직 내 혈관에 남아

여기저기 더운 숨결로 꿈틀거린다 할지라도

그것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일 뿐

결코 획일성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 터

그렇다하여 어찌 인간됨을 외면할 수 있겠으며

대체 또 얼마나 더 냉담해져야 옳단 말인가.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 1  (0) 2012.08.26
이쯤에서 내 사랑도 깊게 울어야 한다/정성태  (0) 2012.08.23
생의 이름을 걸고/정성태  (0) 2012.08.17
향수/정성태  (0) 2012.08.11
노란 모닥불/정성태  (0) 201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