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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바그다드의 어머니/김영환

시와 칼럼 2009. 10. 10. 12:04

 

- 프롤로그 -

 

나는 오늘, 죽이는 자의 눈이 아니라

죽어가는 자의 눈으로

나는 오늘, "충격과 공포"에 떨고 있는

불타는 바그다드 어머니의 눈으로

 

나는 오늘, 내 어린 두 딸아이와

불타는 바그다드에서 죽어가는 어린 딸들이

똑같이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믿음으로

 

나는 오늘, 지난 날 나의 조국에서 벌어진

무수한 전쟁과

메소포타미아의 모래 언덕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이름이

어쩌면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오늘, 23년 전 광주에서 흘린

어머니들의 눈물과 이라크 어머니들의 눈물이

똑 같은 염분과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오늘,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반대하면서

불바다가 된 바그다드의 호텔방에서,

바리케이트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인간방패인 그들과 우리가 하나라는 생각으로

 

한반도의 더 큰 눈물의 폭풍이 밀어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을 안고

 

"돌아가는 길"

 

나는 지금 화면에서

당신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살기위해서 넘은 이라크의 국경을

이제 죽기위해서 넘는다는 절망의 절규를 듣고 있습니다.

 

"내 가족 모하드를 만나기 위해

어린 동생과 오빠의 손을 잡고 이라크 국경을 넘었지만."

 

"그러나 무자비한 폭격 속에서

불타는 바그다드를 바라보면서

우리 가족은 이라크로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당신은 불타는 바그다드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타고 남은 뒤"

 

세계최대 매장량을 가진 이 나라의 오일이

불에 타고 남은 뒤

 

수 천, 수 만의 민간인들의 주검 위에

제국의 깃발이 올라가고 난 후

 

후세인도 사라지고

이라크 병사들도 사라지고 나서

 

증오와 적의가 모래폭풍처럼

휘몰아 칠 것입니다

 

움푹 패인 탱크의 그림자를

텅빈 大地위를 떠도는 모래바람이

한 순간에 덮어버릴 것입니다

 

이곳이 이라크인 땅임을 소리지르며

그 곳에서,그들은 자손만대의

수많은 모하드를 다시 키우게 될 겁니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

 

누가 지금 바그다드 상공에 떨어지는 네이팜탄의 주인입니까?

누가 쓰다 남은 폭탄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있습니까?

 

거대한 불기둥을 내 뿜으며

매처럼 날아가는 토마호크 크루스 미사일은 어디에서 발진하였나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가 흔적도 없이

태워버리는 스마트 폭탄을 누가 만들어 사용하였는지...

 

아! 그 얼마나 검고 매끈한 몸매와 날렵한 모습 이던가!

군살이라고는 한점도 없는 초고속의 최신예 F-117A 스텔스기!

 

이라크의 어머니들을 단숨에 공포로 몰아넣던

무려 9.5 ton의'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는 누구의 소유인가요?

 

그러나 우리의 가슴 속에는

불타는 바그다드 어머니들의 분노와 눈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엘더브란"

 

미국 커밍햄의 13살짜리 살롯 앨더브란이 말했습니다

 

"운이 좋다면, 우리는 스마트탄에 의해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고

운이 없다면, 열화 우라늄탄 때문에 악성 림프종에 걸려

죽음의 병실에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던 그 순간에

여러분 머리 속에는 제 모습이 떠 올라야합니다"

 

"이걸 아세요?

이라크에 살고 있는 2천 400만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이라는 것을?"

 

만약 이 땅에 이 전쟁 이후에 살아남는 모하메드가 있다면

그들의 눈망울에는 복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질 것입니다

 

"아! 메소포타미아여!"

 

오늘 바그다드에 쏟아지는 가공할 만한 폭탄들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의 삼각주를 끼고 만들어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향해 정 조준 되었습니다

 

창세기의 에덴동산이 바로 이 곳,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

 

선지자 요나를 삼켰던 고래의 뼈가 발견 되었던 이 곳

 

고대유적지 1만 여개가 숨쉬고 있는 이 곳이

이제는 돌이킬 수도 복원할 수도 없는 폐허가 되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나는 오늘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들이

2001년 고대 불교 유적지인 바미안 석불을 다이너마이트로 파괴한

야만성과 바그다드의 고대 유적의 파괴를 함께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생아를 부둥켜안고"

 

불타는 바그다드의 어머니인 아드라라는

신생아인 아타리드를 부둥켜안고

병원에서 울고 있습니다

 

"아타리드가 얼마나 오랫동안 치료 받아야 합니까?"

"아타리드가 죽을 때 까지요"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정말 나의 조국 미국이 이런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지각있는 미국인들이 외치고 있습니다

 

그날 화려한 전쟁의 지휘자 부시는 로라와 함께

캠프데이비드 별장으로 떠났습니다.

 

수많은 이라크인 들을 지하벙커에 묶어둔 채

어둠보다 더 짙은 두려움 속에 남겨둔 채 말입니다

 

"이상한 전쟁"

 

브래들리 장갑차와 M1A2 전차를 앞세운 미해병대와 보병은 거침없이

승리를 향해 진격하고 있습니다.

 

전의를 상실한 이라크 병사들은 속속 투항하고

미군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유전은 지키고 이라크 시민들의 머리 위에는 폭탄을 퍼붓는'

이 이상한 전쟁행위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인류의 양심에 대한 공습"

 

지금 이라크 국민들 위로 쏟아지는 폭탄은

인류의 양심과 이성에 대한 공습입니다

 

평화를 향한 세계인의 열망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도전입니다

 

왜 사람들은

고성능 폭탄의 이름을 하필이면 스마트라 했던가요?

 

왜 사람들은 무자비한 살육과 학살이 자행되는

전쟁의 이름 앞에 고운 꽃의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요?

 

왜 사람들은 평화와 자유가 적혀 있어야할 자리에

'충격과 공포'라는 팻말을 적어두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강물을 피와 눈물의

江으로 만들고 싶어서요?

 

이 눈물과 피가 고여 석유가 되기 때문일까요?

이 고통과 공포가 오래 썩어 기름이 되기 때문일까요?

 

"이라크의 가족사진"

 

당신 모하드가 두 팔을 뒤로 묶인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모하드 아내가 머리에 파편이 박힌

아이 곁에서 울고 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할 바에는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겠다"던

아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 가냘픈 손으로 적는 가는 詩 한편이

당신 가족의 머리위로 날아가는 폭탄을 막아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티그리스 강만큼 더 긴 사랑의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평화의 불씨 한 점"

 

이라크의 전쟁을 지지하는 대가로

우리는 평화를 사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라크에 군인을 보내면서

그것이 국익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라크 침공 전쟁에 참여해서, 한반도의 전쟁을

막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이라크인과 전 세계인의 눈물과 사랑을

석유 몇 방울로 바꿀 수 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불 기둥 속에서 매캐한 연기 속에서

쓰러져가는 당신들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오늘도

평화의 불씨 한 점을 키워갑니다.

 

언젠가는 평화의 폭풍이 되어

우리의 눈물과 한숨을 날려 버릴

평화의 불씨 한 점을 말입니다.  

 

- 에필로그 -

 

"생일 선물"

 

막내 하늬의 생일선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스커드의 섬광이 날으는 바그다드의 하늘아래

두려움의 이불을 덮고 있을 어린 딸이 생각납니다

 

봄볕 같은 사랑이라

 

들고 가는 선물꾸러미에

이라크의 별 하나가 사뿐히 내려와 앉았습니다

 

 

詩 김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