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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故 김대중 대통령 영전에 올립니다

시와 칼럼 2009. 8. 24. 19:32

 

 

故 김대중 대통령 영전에 올립니다.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 걸음에 세브란스 병원 20층에 들어섰을 때도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이 새벽에도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주신 그 크신 사랑을 어떻게 갚아야 합니까?

 

당신께서는 학교에서, 공장에서, 감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저에게 정치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경험은 없고 열정만 넘치던 저를 과학기술부장관에 발탁해주셨습니다. 국정운영의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당신을 향한 이 사무치는 그리움은 어떻게 견뎌야 합니까?

 

제 젊은 날은 당신이 있어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당신의 고난, 고초, 역경이 있었기에 저도 기꺼이 당신의 길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고통은 있었지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있어 당신의 곁에서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꿈같은 기쁨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하지만 이제 당신을 잊겠습니다.

못 견디게 사무치는 그리움도 끊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오직 당신께서 남겨주신 과제만 생각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이 평생을 걸쳐 이루어낸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습니다. 당신께서 말씀하셨지요. 이명박 정부가 다시 독재로 회귀하고 있다고. 민간독재를 막아내고 민주주의가 더욱 확고히 뿌리내리게 하겠습니다.

 

남북평화협력 반드시 더욱 확대, 발전시키겠습니다. 당신이 개척한 한반도 평화시대가 더욱 확고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당신께서 그토록 원했던 서민과 중산층이 잘사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경제위기 극복의 과실이 부자들이 아니라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먼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당신께서 서거한 후 많은 분들이 ‘한 시대가 끝났다’고 말씀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직 한 시대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 소망한 것들이 진정 이 땅에서 진정으로 이루어졌을 때만 당신의 시대가 끝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언젠가 당신께서 농담처럼 말씀하셨지요. “왜 김영환은 세대교체를 외치지 않지, 나를 뛰어넘고 싶지 않나?”라고 말입니다.

 

그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제가 할 일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당신의 시대를, 당신이 남긴 소망들을 이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이제 저와 당신의 제자들이, 후배들이 당신께서 남긴 모든 것들은 이어나가겠습니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편안히 눈 감으십시오.

 

영면하십시오.

 

2009년 8월 19일 새벽,

 

「국민의 정부」최연소 과학기술부장관

새천년민주당 15대․16대 국회의원 김 영 환